잘피, 염생식물은 어쩌다 Blue carbon이 되었나

현재 IPCC (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 의하면 Blue Carbon으로 인정된 생물은 맹그루브(mangrove), 염생식물 (saltmarsh), 잘피(Seagrass)가 전부이다. 우리나라는 열대성 기후가 아니니 맹그루브가 자생 하지는 않는다. 결국 적용가능한 블루카본은 잘피와 염생식물.


해양 탄소흡수원.

Blue Carbon의 기본 개념이 해양에서 탄소를흡수하는 존재이니 우선 이 조건에 맞는 생물 List를 먼저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해양에서 생물이 탄소를 흡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첫 째는 광합성이고 다음은 탄산칼슘 골격을 형성하는 방법. 광합성은 태양의 표층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해양 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식물플랑크톤을 비롯하여 포자로 퍼뜨려져 전세계 연안에 분포하는 해조류, 해조류보다 분포 범위는 좁지만 얕은 연성저질에 생육하는 잘피, 해수중에 완전히 잠기지는 않지만 염수의 영향을 받는 조간대에 생육하는 염생식물과 맹그루브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탄산칼슘을 침적하는 형태로 탄소를 흡수하는 생물은 탄산칼슘 껍질을 형성하는 플랑크톤으로 부터 조개, 고동과 같이 우리가 소비하는 폐류, 따개비,거북손과 같이 암반에 붙어 서식하는 수많은 무척추동물, 탄산칼슘을 집적하는 해조류, 열대 바다에서 환초를 이루며 섬의 지형을 바꾸는 산호초 등 대부분 해양 무척추 동물로 구성된 일단의 생물군을 포함시킬수 있다. 탄소를 흡수하는 생물은 이렇게 많은데 왜 IPCC 는 해양의 변방, 육지와 인접한 얕은 연안의 식물만을 Blue Carbon 으로 인정 했을까?


Blue Carbon 의 조건

탄소를 흡수하는 것 만으로 안된다면 블루카본은 어떤 조건이 있을까? 우선 흡수한 탄소를 수백년 이상 잘 갈무리하고 있어야 한다. 배출된 온실가스를 가능한 오랜시간 대기환경에 노출되지 않는 형태로 저장해야 하는 것.


해양에서 탄소흡수를 가장 격렬하게 하는 생물은 무엇일까? 아마도 식물 플랑크톤. 드넓은 대양의 유광층이라 불리는 수십 ~ 백수십미터의 수중에 서식하며 광합성으로 물과 이산화탄소를 합성하여 탄수화물을 형성한다. 식물플랑크톤은 대부분이 단세포 생물이거나 몇 개의 세포가 이어진 단순한 형태로 해수층에 부유하고 있어 대형 1차 생산자와 비교해 보면 그 단위 부피당 생산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나 드넓은 바다의 표층에서 상당한 수심에 이르기까지 분포하며 탄소를 흡수하여 합성하는 식물플랑크톤의 절대적 생산량은 가히 지구 최대 규모라 할 만하다-생태계의 양에 대한 연구는 결국 추산으로 끝이난다. 수 만종의 생물이 얽혀 있는 시스템을 몇몇 데이터를 통해 random한 공간에서 아무리 정밀하게 sample 해도 그 오차는 연구자에 따라 몇 배, 수 십배가 나기로 한다. 게 중 보다 과학적으로 연구 하였고 유사한 연구로 더 많은 연구자가 이른 결과를 채택 할 뿐이다-.


식물플랑크톤이 블루카본 일 수 없는 이유는 해양생태계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육상의 밀림이 서식하는 동물을 부양하듯 드넓은 대양을 방랑하는 어류는 식물플랑크톤이 부양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작은 생산자에서 시작된 먹이사슬은 동물 플랑크톤-부유성 갑각류 등으로 이어져 대형어류의 먹이원이 된다. 지구 최대종 흰긴수염고래도 같은 경로를 거친 크릴새우를 섭취하면서 그 경이로운 덩치를 이룬것.


    흡수한 탄소원이 저장되지 못하고 소비자로 이어져 다시 에너지가 되고 그들의 몸을 구성하다가 삶을 다하고나면 분해되어 환경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생태계 순환 아니던가. 해양생태계의 시작을 담당하는 식물플랑크톤은 어마어마한 그 생산량의 거의 대부분이 이 신비로운 순환에 소비되어 사라진다. 탄소를 저장하지 못했으니 블루카본이 될수 없다.


그럼 CaCO3(탄산칼슘)의 축적은 어떨까?

    일부 해조류(산호조류 등)나 식물 플랑크톤중에도 탄산칼슘 골격을 형성 하는 생물이 있으니 생산자를 제외할 수는 없지만 인간을 제외한 최고의 부동산 제조기, 산호초를 형성하는 산호, 각종패류, 게, 새우 등의 갑각류, 일반적인 관찰은 힘들지만 석회암의 주성분이 되는 동물 플랑크톤 등 탄산칼슘을 축적하는 생물의 대부분은 동물이다.


탄산칼슘 Base로 축적된 탄소의 양이 어마어마함에도 동물에겐 탄소흡수 차원에서 원죄가 있다. 원칙적으로는 생산하지 않았다는 것. 동물은 살아가기 위한 Energy, 몸집을 불리기위한 탄소화합물, 뿐만아니라 탄산칼슘 껍질을 만드는데도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비하고 그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호흡을 통해 분해하여 CO2를 생산하는 방식을 고수 할 수 밖에 없다. 생존을 위하여… 


게다가 일각에선 탄산칼슘이 형성되는 화학적 과정을 문제 삼는다. 자세한 화학식을 말 할 생각은 없다. Ca2+(칼슘이온)과 HCO3-(탄산이온)이 결합하여 탄산칼슘이 형성될 때 2가의 전하를 한번에 교환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교환하여 탄산칼슘이 형성 되기에 H2O (물)과 CO2 C이산화탄소)가 각각 한분자씩 생성된다. 수중에서 발생한 CO2 분자는 즉각 용해되어 해수의 Buffer cycle 에 속하게 될 확률이 높지만 반응 중 발생한 모든 CO2가 그런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정리해보면 생산한 탄소를 장시간 저장할 수 있는가? 탄소순저장량이 +인가가 Blue Carbon의 기준이라는 말. 그 외에도 관리 및 측정 가능성 등 몇 가지 기준이 있다. 기준에 맞는 바다 생물을 찾아 식물 플랑크톤, 산호처럼 하나하나 연구해 오다가 제외 되거나 결론이 나지 않은 애매한 것들을 소거해 나가다 보니 해양의 변방 연안역에 있는 맹그루브. 염생식물, 잘피가 남게 된 것이다.


IPCC 인증 블루카본

서두에서 언급한 IPCC는 정부간 협의체이지 연구기관은 아니다. 그럼에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곳이기에 (출판 간격은 기억에 없지만) 정기적으로 기후변화와 대응을 위한 흥미로운(?/ 모든 사람에게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출간하고 있고 블루카본에 대한 내용도 대체로 그 기준에 따른다


IPCC는 현재 맹그루브, 염생식물, 잘피 만을 Blue Carbon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내용은 향후 연구활동이나 각종 정책, 사정 등으로 언제든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왜 연안의 이 식물만을 IPCC가 Blue Carbon 으로 인정 했는지는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이들은 모두 식물이다. 생산자이니 순 탄소흡수원 인것은 틀림없다. 그들의 호흡량> 생산량 이라면 이미 소멸했을테니... 다음은 저장 문제. 맹그루브는 나무. 실제 생체량이 크고 수백년의 수령을 자랑한다. 인간이 땔감으로 쓰지 않는한 죽은 후에도 한동안은 탄소를 간직할 것이다. 퇴적층에서 화석이 되어준다면(Black Carbon) 더할나위 없고. 전반적으로 그린카본과 같은 cycle로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한다.


염생식물과 잘피는 생산성이 높은 초본. 태생적으로 가벼운존재. 살아가는 몸에 나무만큼 탄소를 축적할수없다. 그러나 끊임없이 새 잎을 내고 옆자리로 측지를 뻗으며 축적한 탄소로 분해가 힘든 셀룰로오스와 리그닌 (목질화 물질)을 함유한 Body parts를 생산하고 탈락 하기를 반복한다. 이들이 Blue Carbon으로 인정받는데는 이들이 생육하는 갯벌 또는 퇴적층이 필수적이다.


분해가 힘든 식물조직이 대량으로 끊임없이 묻히는 물에잠긴 해저면. 물에 잠긴 땅은 육지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공기의 유입이 불가능하고 물질의 기체의 순환로 제한적이다. 갯벌의 경우 표면에서 3cm만 내려가도 산소가 없는 환경이 되어 모든 산화가 멈춘다. 산화가 멈춘 공간에는 산소가 없이 느리게 분해하는 부폐균 (혐기성 세균)에 의해 느린 분해가 일어나지만 이 또한 분해 과정에 발생한 황화물 등의 독성으로 매우 제한적. 갯벌을 퍼올리면 나는 그 역한 냄새의 이유이다. 분해가 힘든 퇴적층에 분해가 힘든 식물조직이 묻혔으니 그 보존기간은 육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길어진다. 염생식물과 잘피가 Blue Carbon이 되는 이유이다.


최근 해조류와 갯벌의 블루카본 가능성이 자주 회자된다. 대형해조류는 바다숲의 근간이 되는 생물 집단으로 해양의 대표적 생산자. 탄소흡수측면은 의심 받지 않지만 암반 또는 딱딱한 기질에 부착하는 분포 특성과 계절적 분포양상의 급격한 변화-보통 대형갈 조류(미역,다시사, 모자반류같은)는 포자체가 성장하여 수온이 낮은 계절에 융성하다가 고수온 시기에 백화현상 등을 보이며 사멸- 등의 이유로 그 퇴적과 저장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


    갯벌은 실제 엄청난 탄소를 축적하고 있는 퇴적층. 현재 인정받는 블루카본 조차 퇴적층을 포함하지 않으면 인정받은 축척율의 10%로 인정받지 못하는 셈. 일반 갯벌과 블루카본 생물 군락이 있는 퇴적층의 차이는 축적된탄소의 족보. 실제 장시간 블루카본 생물 군락지 였던 갯벌은 해당 식물 조직의 퇴적이 현저하여 퇴적층 대부분이 블루카본 식물로 부터 왔으며 매년 퇴적되는 양을 계산해 탄소흡수계수를 추정하기도 한다.


식생이 없는 갯벌은 그 갯벌이 품고있는 탄소의 족보를 찾아야 한다. 어느정도 비율이 해양의 탄소흡수원으로부터 왔고 얼마나 보존 될 것인가. 육상으로부터 유입 됐다면 그린카본 또는 순탄소흡수원이 아닌 유기물 일테다. 바다의 경우도 그렇게 하나씩 따져 보아야 한다. 그러기에 선뜻 누구도 블루카본이라 말할 수 없는 단계.


Blue Carbon의 핵심조건을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너무 까다로워 실제 탄소흡수원이 배제된 것일지도.... 그러나 그 이유를 알고 타당성을 이해하고 있는것은 아직도 정의가 모호하고 자주 변화하는 지식의 틀속에 있는 블루카본을 이해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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