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피?

    단어가 생소하다. 해양레저를 즐기지도, 어촌마을에 살지도 않는 사람은 여름 휴가때 해수욕장에 놀러가는 정도로는 본적이 없을 수도 있다. 영어로는 seagrass. 바다풀. 우리말 정식명칭은 잘피 이지만 공문서에는 해조류와 라임을 맞추려는지 해초류, 해초, 해초대. 지역 방언으로는 질피, 자포, 당그레, 진질, 몰 등 다양하다. 몰은 지역에 따라 식용 가능 모자반류를 뜻하는 경우가 빈번하여 더 헷갈린다. 어찌 되었던 해조류와 달리 육상의 풀과 같은 형태의 식물이 해저면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이를 잘피라 한다.


잘피 vs. 해조류

    잘피는 외떡잎식물의 일부가 1억년 전즈음 바다로 돌아간, 동물로 치면 고래와 같은 존재이다. 나는 미역국을 좋아한다. 김밥도 즐겨먹고 어촌밥상에 오르는 톳을 비롯한 해조류 나물도 좋아한다. 우리가 식용으로 즐겨먹는 이 모두는 대형 해조류. 진화 단계로 보면 최초의 육상 식물이랄 수 있는 이끼보다 오래된 1차생산자. 식물의 조상격.


    모든 생물은 단세포에서 다세포, 단순--> 복잡, 방사대칭-->좌우대칭, 똑같거나 유사한 --> 보다더 분화된 기관의 방향으로 진화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식용으로 사용하는 해조류를 대형 해조류라 하는 이유는 단세포이거나 육안확인에 장비나 노력이 필요한 Chain형의 단순한, 껍질을 쓴, 광합성을 하면서 동물처럼 움직이는 각양각색의 미세조류와 달리 식용 작물이랄 수 있는 크기에 포자로 부터 시작 하지만 바위를 잡기위한 holdfast, 광합성을 주로하는 옆상, 포자를 형성하는 생식기관에 준하는 부분까지 기능에 따라 제법 복잡해 보이는 형태를 가진 해조류 이기 때문이다.


    대형 해조류와 잘피가 비교되는 것은 그 수심과 생태적 지위에 기인 하는 듯. 두 1차 생산자 -생산자는 일반적으로 광합성을 통해 탄수화물을 생산한다는 의미로 해양의 경우 식물플랑크톤이 대표적이다. 1차를 붙이는 이유는 식물플랑크톤을 소비하고 해양생태계 먹이원의 근간이 되는 1차 소비자(동물플랑크톤) 등을 2차생산자 라고 하기도 하기에 분간하기위한 것-는 해저면에 붙어 광합성을 해야 생존할 수 있는 존재 이기에 광량이 부족한 심해에는 존재하지 못하고 연안역이나 도서지방의 천해에 분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대형'해조류란 점에서 잘피와 생태적 공통점이 있다. 동물은 일반적으로 물리적 복잡성이 큰 공간에 은신하는 특성이 있다. 수 Cm -수 m 에 이르는 해조류와 잘피의 Body는 해저면에 물리적 복잡성을 부여하여 어류 뿐만아니라 각종 무척추동물의 서식처가 되어준다. 차이라면 잘피는 연성 저질에 생육하는 거머리말 류와 같이 갯벌이나 모래로 덮힌 단조로운 해저면에도 분포하며 다년생 초본으로 계절에 따른 진동은 있겠지만 연중 군락을 유지하기에 대형해조류가 이루는 서식처 보다는 안정적이다.


    잘피와 해조류 모두 그 군락을 서식처로 삼는 동물의 먹이원이 된다. 동물의 먹이원. 나는 동물이고 잘피를 연구하기에 그 지하경을 취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굳이 먹지는 않는다. 해조류는즐겨 먹지만. 해조류는 혁질에 단백질 축척이 잘피보다 많고 셀룰로스와 리그닌(목질화)으로 까끌하고 뻣뻣한 느낌의 잘피보다 먹기도 좋다. 나 뿐만은 아닌가 보다. 서식 동물들도 일반적으로 잘피보다 해조류를 선호한다.


잘피 vs. 염생식물

    갈대, 칠면초, 갯끈풀. 큰 군락을 이동 염생식물은 바닷가에서, 강의 하구에서 빈번하게 관찰되기에 우리에게 친숙하다. 쌍떡잎식물도 있지만 대규모 군락을 이루는 염생식물은 대체로 외떡잎식물이니 잘피와 진화적으로 비슷한 부류. 단 잘피는 침수식물로 종일 개체가 해수에 잠겨 조하대에 분포하는 종이고-예외: 애기거머리말-염생식물은 조간대에 분포하며 만조근처에 하루중 일부 시간은 해수에 잠겨도 되지만 기본적으로 줄기와 잎은 공기중에서 광합성하고 꽃피우는 육상식물의 특징을 보인다.


    해수에 노출되는 환경에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생육하는 식물이고 해양탄소 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각각 연안의 조간대(염생 식물) 와 조하대(잘피) 에서 중요한 생태적지위(해양생물의 서식처)를 가진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염생식물은 잘피가 생육하는 완전 침수 환경에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잘피 또한 간조 시 육지로 드러나는 조간대 중상부 에선 생존할 수 없다.-중상부로 특정하는 이유는 조석은 연중 그 정도에 차이가 있고 조간대 하부는 환경에 따라 잘피가 생육하기도 한다. 또한 조간대에 특화된 애기거머리말도 있으니 조간대 생존불능이랄 수는 없다ㅡ


잘피 vs. 담수 침수종

    마름. 검정말. 말.말.말. 강, 호수, 저수지, 물을 채운 논, 늪지. 담수가 점유하고 있는 물가에서 보면 염생식물로 알려진 갈대 등의 식물이 우점하고 수면에는 각종 연, 수련의 잎이 떠있고 부레옥잠, 개구리밥 처럼 개체 전체가 물위에 떠있는 식물도 관찰할 수 있다. 물 속은 어떨까? 잘피처럼 완전 참수형 식물들,각종 말과 마름 같은 부류의 담수 침수 식물이 존재한다. 이들은 잘피와같이 수중환경에 적응하여 유연하고 질긴 줄기, 기공의 소실, 방수기관의 퇴화-여기서 방수기관은 환경의 수분을 막는다는 의미보다 체내수분을 보존하려는 큐티클 층과 같은 기관 또는 기작-를 보이기도 하고 수중에서의 생존에 특화 되어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염분 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담수 침수 식물은 바다에 사는풀, seagrass, 잘피와 확연히 구분된다. 담수종인 수초는 일반적으로 염분에 대한 내성이 없다. 내염성이 있는 경우라도 겨우 적응 가능한 한계 염도, 노출시간이 있어 염분에 견디는 능력이 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적응하여 생육한다 할 수는 없다.


     잘피는 해수종. 염분이 필수다. 하구역의 영양염과 해저의 무기물 함량이 풍부한 수역에 큰 군락을 이루고 생육하는 경우가 빈번히 있지만 그 또한 염분이 낮은 기수역 이지 담수가 우세한 상류까지 분포하지는 않는다. 종자 발아에 낮은 염분이나 담수가 유리 하다는 연구가 있지만 대양을 누비는 연어가 개울에서 생을 시작했다고 담수종 이라고 할 수 없듯 광염성을 가졌다고 잘피를 담수 침수식물과 섞을 수는 없다.



그래서 잘피는 무엇?

     처음 듣기에 생소한 단어이기에 잘피 주변의 식물, 1차생산자와 비교하며 설명해 보았다. 정리하자면 잘피는 육상에서 외떡잎 식물로 진화하여 바다로 돌아간 해양 침수 식물이고 해수에 적응하여 담수환경에 분포하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줄기 전체가 노출되는 조간대에서도 관찰 할 수 없다.


    완전한 구조를 가진 식물이기에 뻘이나 모래와 같은 연성저질에 뿌리 박고 (암반종도 있지만 차후 얘기하기로) 무기 염류를 흡수하고 현화식물이기에 꽃이 피고 열매, 종자를 맺는 생활사를 보인다. 침수 식물이라 방수조직이나 통기기관인 기공등이 소실되어 공기중에 장시간 노출되면 건조되어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테고 파도, 조류 등 물살에 적응하여 유연하고 질긴 지상부를 형성하기에 썰물에 얕은 곳에 사는 잘피를 보면 한치라도 더 높이 광합성하려고 우뚝서 있는 육상식물과 달리 물이 흐른대로 축 쳐져 뉘여있는 모습을 보인다.


    해저에 뿌리박고 광합성을 해야하기에, 그러나 투과하는 빛에 따라 다양한 색소체를 가지고 수심에 적응한 해조류와 달리 육상에 적합한 광합성 색소체만을 갖고 있기에 분포하는 수심 또한 투광률이 좋은 십 수 m 가 한계-지중해, 호주 등지에는 수 십m 수심에 생육하는 종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이기에 해양 전체를 놓고보면 매우 좁은 연안역에 띠를 이루고 분포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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